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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 못한 코로나발 위기 ① 회복 빨랐던 전과 달리 충격 깊어 ②“내년까지 계속땐 세계GDP -5%” ③ 글로벌 공급체인 중간에 갇혀 ④ 2월 하루수출 -11.7%, 소비 위축 ⑤ 금리 낮춰도 경기부양 쉽지 않아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의 코스피 종가. 이날 코스피지수는 3.43% 내린 1771.44로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8%를 넘어서며 169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은 1조2392억원가량 주식을 내다 팔았다. 주변국 증시도 맥을 못췄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오전 한때 하루 전보다 10% 이상 하락한 1만6690.60까지 추락했다. 홍콩,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13일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2.80원 하락(환율 상승)한 달러당 1219.30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월요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 지난 일주일 새 무려 3번의 블랙 데이가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2020년 새해의 문을 열 때,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 거란 예상은 없었다. 하지만 “괜찮겠지”→“설마”→“아차”까지 불과 석 달이 걸리지 않았다. 불안한 투자자가 자산 현금화에 나서면서 금융시스템이 요동치고, 감염 우려에 실물 경제까지 사실상 제 기능을 멈췄다.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국이 처한 상황, 대처 여력 등을 고려할 때 내상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① 전 세계적 위기로 확산=한국이 겪었던 수차례의 경제위기를 복기하면 지금과 차이가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는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자본시장 개방(1998년)이 늦었던 한국은 당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대로 1998년 외환위기는 아시아 중심의 위기였다. 한국 내부의 부실한 금융시스템이 출발점이었고, 국내에선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 등 서구 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파장이 컸다. 다만 국가별, 대륙별로 강도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았고, 회복도 빨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이후 세 번째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팬데믹으로 글로벌 모든 자산에 체계적 위험이 발생한 것”이라며 “외국인이 한국 자본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현 시점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3일 코스피·코스닥 지수 등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② 수습 장기화 불가피=사실상 코로나19는 상반기 내 종식이 어렵다. 발원지 중국은 일단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점은 지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이제 확산이 시작됐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동시다발로 발생하지 않고 군집이동식으로 발생하는 점, 잠복기가 긴 점, 백신·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점을 볼 때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코로나19가 올 하반기까지 진행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까지 이어지면 세계 GDP 성장률이 -5%에 달할 것이란 전망(영국 이코노미스트)이다.

코로나에 일평균 수출 감소 전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③ 글로벌 공급체인 의존도 커진 한국=예전과 달리 한국은 단순 수출국에서 글로벌 공급체인의 중심국으로 성장했다. 해외 생산기지도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 특히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품 등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해외 의존도 자체가 높아졌다”며 “중간재를 중심으로 2003년 사스 때와 비교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2019년 25%)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입국제한 조치로 당장 일본과의 교역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 중간재로 가공한 뒤 중국에서 최종 생산하는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제조업 밸류 체인 자체가 일시적으로 정상 가동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중간재, 자본재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④출렁이는 실물경제=시장에선 이번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전 세계적인 시스템 위기로 발전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위험자산 투자 규제가 강화돼 당시보다 자산 건전성이 좋다는 게 핵심 근거다. 금융만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실물경제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 실물경제는 왕래와 거래에 기반을 두는데 감염 공포는 이를 단시간에 파괴했다. 2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었다. 소비 부진 탓에 반도체와 전자 부문도 흔들린다. 내수는 더 심각하다. 할인점 매출과 백화점 매출도 각각 19.6%, 30.6% 줄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정부 주도로 성장률이 2%에 턱걸이했을 정도로 실물경제가 취약한 상황인데 여기에 찬물을 부은 형국”이라고 말했다. ⑤ 쓸만한 카드가 없다=1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대규모 유동성 공급 계획 등을 밝혔다. 하지만 주식시장 공포는 진정되지 않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으니 일단 통화정책을 꺼낼 수밖에 없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를 낮춰도 꿈쩍하지를 않으니 2008년과 같은 통화정책 해법으론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결국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데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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